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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7호> 기업의 사회공헌이 ESG 경영에 녹아들기 위한 지역사회 협력 방안


기업의 사회공헌이 ESG 경영에 녹아들기 위한
지역사회 협력 방안
정진경

광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SG는 강력하다!

 

ESG 용어가 낯설지라도 이것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임을 인지하는 순간, 그 의미가 즉각적으로 우리의 인식범위에 들어오게 됨을 느낀다. ESG의 직관적 특성은 사회 구성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편적인 직조 원리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 당초 ESG는 기업 가치를 비재무적 지표에서 평가하는 투자환경에서 촉발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출자출연기관의 경영평가 지표에 ESG 경영원칙이 반영되거나1, ESG 경영을 사회복지조직이나 비영리조직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 등 다양한 공·사조직이 채택하는 조직 운영 원리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 행동과 시민의 자발적 공익 활동의 방향까지 가이드하고 있으니, 전방위적 파급력을 갖는 ESG는 기업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요소란 점에서 강력하다 
할 수 있다.

ESG 경영은 Doing Good+Making Profit 

 

기업의 ESG 평가와 투자 환경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하여 공개함으로써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기업 가치의 정량적인 재무적 지표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지표를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평가에 중요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매년 1천 여 개의 상장회사와 주요 금융기관의 ESG를 평가하여 한국거래소 ESG 포털에 회사별 평가 등급을 공개한다. 2022년 기준 한국거래소(KRX) ESG 경영지수에 편입한 773사 가운데 최고 등급인 S등급은 없으며, A와 A+ 등급을 합쳐 겨우 123개 사(16.6%)에 불과하고 최하위 D등급에 가장 많이(33.2%) 분포해 있다2. ESG 펀드는 520개, ESG 주식은 361개(https://www.fundguide.net, 2023.8.9.기준)에 이른다. 누가 ESG D등급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선뜻 투자하겠는가?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대한상의 조사3에 따르면 60%가 넘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ESG 활동을 고려하며, ESG 활동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70%에 육박했다. 앞으로 ESG 관련 지표들은 점점 더 고도화될 것이며, ESG 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은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직결된다는 실증적인 증거는 넘친다.

 

ESG 경영 환경에서의 기업 사회공헌이 오히려 유리하다

사회공헌이나 윤리경영, 환경경영, 가족친화경영 등은 CSR의 측면에서 부분적이며 낱개로 존재하면서 기업 본연의 사명(존재 이유)이나 기업 활동에 부수적인 것으로 비쳐 왔다. 그러나 ESG 경영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을 총체적으로 결합한 형태로써 기업 사회공헌은 자연스럽게 기업 본연의 존재 활동으로 자리하게 된다. 쉽게 말해 기업의 ESG 경영은 Doing Good+Making Profit이다4. 이로써 왜 기업 사회공헌이 필요한지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기업을 설득할 이유가 없게 되고, 기업의 책임 회피(washing) 수단으로 사회 환원을 발표하는 식의 기업 사회공헌에 씌워지곤 하는 오명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ESG 경영 환경 속, 기업/공기업/공공기관의 사회공헌활동 전략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사회공헌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ESG를 압도적으로 꼽고 있으며(114개 기업 중 74.1%), 이로 인해 사회공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사회공헌 전략의 변화’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포트폴리오 변화’, ‘사회공헌 추진 체계와 진행 형태의 변화’를 꼽고 있다(한국사회복지협의회, 2022). 임직원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의 대상, 사회공헌 파트너십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은 아주 미미하다.

 

ESG 경영 공시지표나 평가지표의 활용

기업 ESG 평가 중 하나인 KCGS 평가지표에서 기업 사회공헌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표는 S영역의 ‘지역사회 참여 개발’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정부에서 개발한 K-ESG 지표5에서는 S영역의 ‘전략적 사회공헌’(S-7-1)과 ‘구성원 봉사 참여’(S-7-2)가 해당된다. 

KCGS는 평가 결과 통합 점수가 가장 높은 상위 150개 리더 기업뿐 아니라, E, S, G 각 영역에서 점수가 높거나 상승한 기업을 발표한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세부 요소를 충실히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비판과 우려가 존재한다6. 적어도 기업 사회공헌활동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S 영역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사회공헌을 ESG의 (S)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지역사회공헌 인증제’를 활용하는 것 역시 좋은 방안이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으로 ‘우수 지역사회공헌 인증’ 획득과 KRX ESG사회적책임경영지수(S)로의 진입 및 ISO26000 인증까지 노려볼 만 하다.  

 

ESG 요소를 지역사회공헌 추진 방향으로 설정

기업이나 공공기관/지방출자출연기관 모두 ESG 요소를 지역사회공헌 전략의 방향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기관 내부 경영과 지역사회공헌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 분야나 사회 취약계층 분야에서 지역사회공헌 사업이나 활동프로그램을 찾고 반드시 여러 외부 파트너 기관과의 네트워크 즉, 지역사회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ESG 경영의 하위 요소들은 기업의 전체 비즈니스 가치 사슬, 즉 원료/재료의 획득, 노동, 생산 과정, 서비스와 제품, 판매, 협력업체, 소비와 자원 회수, 경영 체계 등 전 과정에서 작동되어야 한다7

지역사회공헌 역시 계획-실행-평가와 환류(문제 인식과 욕구/수요의 발견, 활동 내용과 방식 기획, 자원 확보, 활동 실행, 평가와 성과 공유)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기존의 사업을 ESG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점검하여 개편하거나, 신규 지역사회공헌 사업 및 프로그램을 발굴할 때 ESG의 세부 요소들을 반영하여 설계하는 것이다. 

 

 

ESG 중심 지역사회공헌의 성과 향상을 위한 사회적 협력 방안

 

전경련의 「2022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수립 시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과 지역 발전 기여도’(33.2%)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며, 사회공헌 추진의 성과 역시 ‘지역사회에 기여했다’는 인식이 가장 높았다.

기업 사회공헌은 ‘사유재를 생산하는 영리 조직’으로서 기업의 역할과 다르다. 사회문제 해결의 주된 주체로서 공공재를 생산하는 정부와 정부 역할을 보완 내지 대체하는 비영리섹터와 마찬가지로 ‘공익’에 기여하는 역할이다. 

ESG 경영 확산에 따라 기업 사회공헌은 환경 분야와 지역사회 발전 및 취약계층 지원을 비롯한 사회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ESG 경영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 방향이 수정되거나 추진 체계의 변화가 있더라도 이것이 기업 사회공헌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업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내 다양한 비영리/사회적 경제조직/자원봉사센터 등과의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형성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8. 사업과 활동은 즉각적으로 가시화되는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집합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이 발생할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준비되었다 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동의 문제 인식

지방정부나 비영리/사회적 경제조직 혼자만으로,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역사회의 문제와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합의해야 한다. 

공동의 목표 설정

ESG 경영 환경에서 기업 사회공헌은 단순한 기부나 자선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적어도 이러한 활동이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와 성과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한다. 

상호 역할 분담과 공동의 실행

기업과 지역사회 협력 당사자와 조직 및 정부 관계자는 상호 신뢰를 전제로 각자 역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상호 보완하면서 수평적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가 아닌 공동의 목표에 충실한 실행이어야 한다. 이때 정부는 개입이나 과도한 신호를 보내는 대신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절차 간소화, 장기적 규제 개선 등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면 좋겠다. 네트워크 거버넌스에서 중요한 조정과 통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추 조직을 지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가와 공동의 가치 공유

누가 주도했으며, 누구의 성과인지가 아닌 지역사회공헌 사업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주체들의 성과로 공유되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역사회의 변화 성과가 가시적으로 제시되도록 관리되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과 지방정부, 지역 정치인, 주민 또는 사업 대상자 모두의 성과로 확산시키는 노력과 기업의 지역사회공헌 참여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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